최선

CEO @ social enterprise Joshua Tree founded by NGO Art &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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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studied Fine Art in Hong-ik University in Seoul, Korea. His main interest is to expand boundaries of the contemporary art. In 2013 he was invited to the Setouchi Triennale in Shodoshima, Japan and is scheduled to participate in the ISCP residency program in New York.

note
나는 모호한 예술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호한 의문을 더 선명한 물음으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해왔다. 나의 시간과 겹치는 한국현대미술의 부조리한 과거를 뒤에 두고, 과연 무엇이 예술적이며, 무엇으로 예술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구중심적 예술의 통념들이 낳은 모호함 앞에서 당신과 내가 또렷이 목격할 수 있는 현실의 참혹함은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예술적이다.

미술품을 만드는 나의 ‘미술’에는 이중적인 것이 있다. 가시적인 것과 가시적이지 않은 것, 물질적인 것과 물질적이지 않은 것, 선명한 것과 선명하지 않은 것, 그리고 미술적인 것과 미술적이지 않은 것, 마지막으로 ‘예술적인 것과 예술적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예술’이 사라져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술품을 만들고 있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이 ‘예술적’이지 않은가?

2012년 10월
회화의 한 껍질을 벗겨

이 시대에, 회화는 아직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과연 예술은 단단한 사각 틀 내부와 불투명한 표면, 그리고 덕지덕지 발라진 물감 위에 존재하는 것인가. 또한 우리는 무엇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예술을 감지해 내는가.

두터운 물감층으로 이루어진 회화를 바라볼 때면, 나는 항상 그 지나친 무게에 의구심을 갖는다. 새로운 사유와 도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비판정신 없는 한 명의 장인이 되어 불투명한 화면을 구축하는 모습이 회화에 대한 내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회화는 캔버스에 붙어있는 물감층이며, 어쩔 수 없이 그 조합이 만들어낸 눈속임(Illusion)일텐데, 왜 나의 주변은 아직 물감의 조합에 대한 맹신만이 난무하는 듯 하다.

나의 작업 도구는 끌이다. 나는 끌을 사용해서 발라진 물감을 긁어낸다. 작업 중 발생하는 소란스러운 소리는 모두가 조용히 작업하는 공간 속에서 요란하고 과격한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그런 요란함 뒤에 남겨진 허망한 빈 캔버스와 뜯어낸 물감을 손가락으로 주물럭거리는 행위를 통해 나는 회화의 투명성을 갈구한다. 또한 지금 목격하는 것이 바로 회화의 진실이었음을 드러내기 위해 나는 손으로 물감덩어리를 주물러 싸구려 접시에 담아 함께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나는 캔버스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회화의 무게를 덜어내고자 했다. 모두 작업에 앞서 캔버스 프레임을 짜고 튼실하게 밑칠을 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만, 캔버스 프레임 또한 회화에 심적, 물리적 무게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캔버스 프레임의 부재를 통해 포맷(format)이 스스로 메시지를 갖게된다. 이 모든 작업에는 행위성이 두드러진다. 궁극적으로 내게 이 작업은 회화가 아니다. 그저 지나치게 무거워진 회화에 대한 부정적 행위의 흔적일 뿐. 기존 회화적 관점으로 이 작업을 무가치하고 허무한 것으로 파악하겠지만 이러한 허망함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 작품을 통해 내가 의도하는 바이다.

나는 회화의 가벼워진 무게를 직접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그 행위의 잔재인 가벼워진 캔버스와 손으로 주무른 물감덩어리를 목격하게 만듦으로써 현대미술의 컨텍스트에 놓인 또 다른 미술을 엿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것은 비판정신과 더불어 관객의 해석에 의해 완성되는 회화를 말한다. 단지 나는 그 어떤 것을 가져다 놓을 뿐이다. 똥처럼 뭉쳐진 물감덩어리를 보면서 관객 각자가 자신의 입장 속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즐거워진다.

이러한 생각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는 노력 중에 용감한 어느 친구의 부탁으로 나는 그의 작품 속 물감층을 뜯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작품의 시체처럼 남은 물감의 파편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그토록 해체시키고자 했던 회화의 흔적이 뜯겨진 물감의 흔적을 통해 다시 드러나 보이는 현상 앞에서 나는 다시금 회화에 대해 생각한다. 무엇이 회화이고 무엇이 미술인가?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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